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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지 못할 첫사랑이자 믿음직한 아내였던, 전미선의 영화 속 얼굴들 ­
    카테고리 없음 2020. 7. 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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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 배우 전미선이 우리 곁을 떠났다.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을 위해 전북 전주를 찾았던 그녀가 돌연 호텔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 측은 고인이 생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한 지인들은 내색 한 번 없었던 그녀의 우울을 결코 예상하지 못했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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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로서도 유난히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전미선이었다. 2009년에 시작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국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었고, 9월에 시작될 드라마 <조선 로코-녹두전> 출연도 앞뒀다. 무엇보다 소헌왕후 역으로 출연한 전미선의 인장이 짙게 새겨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나랏말싸미>의 개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떠난 배우 전미선의 영화 속 얼굴들을 되새기며, 그녀가 남긴 현현한 자취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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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1990배우 전미선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당대 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한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속편에 해당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수시로 부모님의 압박을 받던 고등학생 태호(최진영)가 시험지를 훔치다 들켜 창밖으로 몸을 날린다. 소식을 듣고 혜주(이미연)가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태호는 세상을 떠났다. 반 1, 2등을 다투던 혜주와 은경(전미선)은 전교 석차가 붙은 성적표를 동시에 찢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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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크리스마스, 19981990년대 멜로를 대표하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전미선은 한석규의 캐릭터 정원의 첫사랑 지원을 연기했다. 오랜만에 동네에서 만난 지원을 보고 정원의 오토바이가 멈춘다. 노름도 모자라 폭행까지 하는 남편을 둔 지원, 미혼이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원. 둘 사이엔 여전한 미련의 눈길이 감돈다. 서먹한 몇 마디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지원은 정원에게 자신의 사진을 지워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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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 점프를 하다, 2000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번지 점프를 하다>는 당대 한국에서 낯선 멜로 이야기였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여름 날 운명처럼 만난 인우(이병헌)와 태희(이은주), 둘은 영원을 약속하지만 태희의 죽음으로 사랑은 지속되지 못한다. 국어 교사가 된 인우는 딸과 아내(전미선)와 함께 과거를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태희의 환생을 직감으로 느낀 남학생 현빈(여현수)에게 인우의 마음이 향하고, 아내는 망연자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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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의 추억, 2003전미선은 봉준호 감독과 두 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두만(송강호)의 아내 설영을 연기한 <살인의 추억>. 설영은 간호사를 그만두고 동네 사람들에게 주사를 놔 주며 더 벌이가 쏠쏠해졌다. 설영은 방앗간 할머니에게서 링거를 놓다가 들은 백씨 이야기를 두만에게 꺼낸다.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던 두만은 이 소문을 빌미로 광호(박노식)를 수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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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 2009전미선은 <살인의 추억>의 설영이 하던 속칭 ‘야매’ 진료를 <마더>의 김혜자에게 위임했다. 도준 마덜­­­(김혜자)가 침통을 들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의 진맥을 보고, 미선(전미선)은 사진관을 운영한다. 아들이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몰린 딱한 사정의 도준 마덜­­­에게 미선은 단골 고객이자 유일한 말동무였다. 미선은 이번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진짜 범인을 잡으려는 도준 마덜­­­에게 죽은 아정(문희라)과 관련된 기억을 들려주면서 <마더>의 흐름에도 속도감이 붙는다. 아마도 봉준호에게 전미선은 내러티브의 키를 쥐어주고 싶을만큼 믿음직한 얼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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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바꼭질, 2013많은 감독들은 전미선에게서 어딘가 있을 법한 편안한 엄­마, 또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집 안에서 낯선 사람의 기척을 느끼는 생활 스릴러 <숨바꼭질>. 전미선은 성수(손현주)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 민지 역할을 맡았다. 평온한 가정에 닥친 끔찍한 사건을 표현해 내기에 전미선의 온화한 얼굴은 적격이었다. 헬멧을 쓴 낯선 자에게서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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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가도, 2017<봄이가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세 편의 단편영화를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장준엽 감독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전미선은 고등학생 딸을 잃은 맘이 신애를 연기했다. 딸 향(김혜준)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고, 어느 날 맘이의 눈앞에 딸의 환영이 나타난다. 이 시간이 영영 사라지지 않길 바라지만 결국은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엄마. 전미선은 세월호라는 소재 때문에 <봄이가도> 출연을 고민했지만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연기자로서 내 몫은 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씨네21 www.cine21.com글 심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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