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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서울시립미술관 데이트를 하다!카테고리 없음 2020. 6. 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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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와 데이트를 했습니다. 데이트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르네상스식 건물인 옛날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와 현대식 건물의 후면부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앞에는 옛날 대법원 터 임을 알리는 동판이 있습니다. 일제와 독재 시대에 맞서 다수의 인권침해 판결을 내렸던 사법부 자리라고 쓰여 있네요. 지금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문화공간이 됐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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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상설 및 특별 전시로 가나아트 컬렉션 <시대유감>은 물론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 <소프트 카오스 : 공간 상상>, <유휴공간 프로젝트>, 백남준기념관의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등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술관 한 번 방문으로 5개의 무료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니! 아주 좋은 기회죠? 오늘은 아내와 함께 데이트하며 봤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중 1980년대 모습을 담은 <시대유감> 관람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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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덕수궁 돌담길 근처에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를 많이 하던 장소인데요. 결혼 30여 년만에 아내와 오붓한 데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앞만 보고 달렸고,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이겠죠.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무료 전시회 중 <시대유감(時代遺感)> 전시회(2층)를 가장 먼저 둘러봤습니다. 이곳은 김봉준 등 참여 작가만 해도 15명입니다. 전시회 제목 <시대유감>에서 말하는 시대는 1980년대를 말합니다. 1980년대 저와 아내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이 때 무슨 유감이 있길래 <시대유감>이란 전시회 타이틀을 달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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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덕수궁 돌담길 근처에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은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를 많이 하던 장소인데요. 결혼 30여 년만에 아내와 오붓한 데이트를 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앞만 보고 달렸고,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이겠죠.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무료 전시회 중 <시대유감(時代遺感)> 전시회(2층)를 가장 먼저 둘러봤습니다. 이곳은 김봉준 등 참여 작가만 해도 15명입니다. 전시회 제목 <시대유감>에서 말하는 시대는 1980년대를 말합니다. 1980년대 저와 아내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이 때 무슨 유감이 있길래 <시대유감>이란 전시회 타이틀을 달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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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전시회를 개최한 가나아트 컬렉션 이호재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80년대 시대의 복판을 살아가는 미술인 한 사람에게 주어진 당연한 책무로서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지원했다”는 것이 이호재 대표의 회고입니다. 200점의 작품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몸소 헤쳐 온 46명의 작가들의 생생한 시대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중 33점을 추려서 이번에 두 번째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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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작가들의 시대상이 투영된 1980년대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이 치러졌죠?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제5공화국이 들어서 산업화, 도시화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시대였습니다.
<시대유감> 전시회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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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은 인간의 절망과 고통을 우회적으로 표현해온 작가입니다. 1985~90년 사이에 제작된 <불사조> 시리즈는 화살에 맞아 죽거나 가시덤불에 갇혀 절망적인 상태에 놓은 새를 그린 것이죠. 목에 화살을 맞은 새는 죽음의 공포와 질식을 마주하며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으나 그 몸에서는 수많은 새가 탄생하고 있으며 새 생명을 향한 모성으로 생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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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작가는 선수가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모습이 아닌 주저앉거나 쓰러지고, 엎어지거나 뒤로 넘어가는 패배의 순간을 그렸습니다. 공중에 떠 있는 복서의 모습은 패배의 결말을 맞이할 다음 상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인생에 패배의 순간이 있죠? 그 좌절의 쓴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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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옷을 입고 1975년에 탄생한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리틀 트윈스타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의식주 상당수가 외래 문물이며, 이러한 도시에 우리의 삶이 흡수되고 있는 현실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니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한창 키우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좋은 옷만 입히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죠. 그 옷이 외국산이든 아니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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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선 작가는 1970년대까지 주로 추상화 위주의 작품을 전개한 작가입니다. 이 초상화는 그 시대를 사는 전형적인 인물상입니다. 그 모습은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관통한 격정의 시간까지 함축하고 있습니다. 극적인 명암 대비가 돋보입니다. 화면 속 찡그린 표정의 노인은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운 배경 속에 앉아 있습니다. 때에 찌든 채 구겨진 옷을 걸친 인물의 얼굴과 맨손은 거친 살결, 주름, 근육, 혈관이 매우 두드러져 노인의 고뇌를 짐작하게 하네요. 마치 우리네 아버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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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작가는 도시의 소음, 공해, 신문, 잡지, 텔레비전, 광고, 스포츠, 극장, 옷차림은 물론 행동거지도 도시화의 산물로 보고 있습니다. <풍요한 생활을 창조하는 럭키모노륨>은 산업화에 의한 상업광고가 일상 속에 만연하게 자리 잡은 상황을 보여줌과 동시에 급변한 도시개발이 곧 ‘풍요로운 생활을 창조하는 모습’으로써 대중들에게 주입되고 있는 상황을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니 풍요 속의 빈곤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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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작가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9>에는 시리즈의 기본 형식인 어두운 공간과 그 속에서 빨려 나오는 듯 보이는 기계와 결합한 물의 형상이 등장합니다. 작품 뒷면에는 ‘恨-부르는 소리’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작가는 기념비적으로 상승해 있는 거대한 상 위에서 홀로 달빛을 받으며 울고 있는 늑대를 통해 시대에 맺힌 한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아리랑의 한을 보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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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모녀>란 작품을 보니 신혼생활 때 제 아내와 딸이 생각납니다. 작품의 배경을 쓰인 TV도 딱 그 때 모습이고요. 저도 나이가 드니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어느새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버렸네요.
김태진작가의 <아트인문학>이란 책에서 미술은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시대유감> 전시회는 격동의 1980년대 시대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한국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전시회는 처음 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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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작품 옆에 작가는 물론 아주 세세한 설명까지 되어 있으니까요. 작품 해설이라고 할 수 있죠. 작품을 보기 전에 나름대로 작품 해석을 한 후 그 옆에 해설을 읽어보면 내 생각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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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유감>은 상설 전시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가셔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격동의 1980년대를 살아온 세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전시회입니다. 그럼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때는 그랬지~” 하고 생각할 작품들이 많습니다. 주말에 저처럼 아내와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대유감> 전시회를 보면서 추억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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