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춤] 내가 만난, 유별난 컨템퍼러리댄스 작품들 -장광열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글을 담는 코너 <생각하는 춤>을 선보입니다.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현대무용에 대해 설명하는 다채로운 글을 통해현대무용을 감상하는 여러분의 감각이 더욱 활짝 열리기를 바랍니다.
‘Contemporary Dance’에는 지금 이 시대의 거의 모든 춤 작품 유형이 포함된다. 그만큼 다양하고 확장의 폭도 넓다. 밀레니엄 시대 이후 세계의 컨템퍼러리댄스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했을 때도 무용처럼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장르는 보기 드물다. 국내외에서 보았던 수백 편의 컨템퍼러리댄스 작품 중 새로운 아이디어, 의표를 찌르는 시도로 놀라움을 안겨준 작업들을 소개한다.https://www.youtube.com/watch?v=F15B8XmeP9w
서커스 이시(Cirque ici)의 <비밀> (안무 출연 Johann Le Guillerm)에서 마치 중세 십자군의 전사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조안은 서커스에서 중요한 ‘발란스’를 매우 특이한 상황에서 실행했다. 뾰족한 긴 신발 위에 선다든지, 맥주병 같은 병 위에 올라간다든지, 단단한 철사로 만들어진 말 이미지의 조각품 위에 올라 몸을 흔들기도 했다. 그의 느리고 서정적인 움직임과 기발한 발명품들 속에서 시행되는 곡예들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육체적이고 정신적이며 과학적이고 시적인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비뇽축제에서 만난 조안의 작업은 마술적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이라고 해야 마땅할 정도로 첨예화된, 새로운 개념의 컨템퍼러리 서커스댄스였다.https://www.youtube.com/watch?v=LlOfzqJeP9A
니드 컴퍼니의 <이사벨라의 방>(안무 연출 Jan Lauwers)은 얀이 아빠가 죽으면서 남겨준 고고학적인 골동품들을 물려받고 느낀 감정을 토대로 소설적 스토리를 설정하여 만든 작품이다. 파리 뒷골목에서 혼자 사는 94세 이사벨라란 여자의 과거를 연도별로 따져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3개의 큰 탁자 위에 여러 개의 골동품들이 올려져 있고 다양한 여덟 명 공연자들은 노래, 춤, 연기, 멘트 등등 극 상황의 적재적소에 주어진 역할들을 해냈지만, 안무자는 춤이나 연기 또는 노래보다는 스토리텔링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춤은 스토리 중간중간에 극과 전혀 상관없이 무대 구석이나 양사이드 또는 중심에서 이루어졌다.이 공연에서 아주 특이한 것은 박물관을 마치 앉아서 구경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골동품을 품평하는 시간이었다. 골동품 하나를 들고 제작연도, 모양, 가치 등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알려주고 캠코드를 통해 스크린에 투사하여 더 자세히 보여주는, 전혀 새로운 양식이 도입되었다. 이것은 마치 앞으로의 예술은 인문지식을 습득하게 해주는,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닌, 그런 교육적인 면까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게 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0XzwW-P_rVg
Les Ballets C. de la B.의 <믿음>(안무 Sidi Larbi Cherkaoui)은 미국의 9.11 테러를 소재로 만들었다. 4명의 가수와 3명의 연주가, 11명의 무용수와 배우 등 18명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이미지들은 음악과 춤, 독백과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숨 가쁘게 전개되었다. 댄서들의 수에 버금가는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직접 행위자로 등장하며, 무용수들 역시 직접 대사를 내뱉고 노래를 불러 댄다. 이쯤 되면 ‘토탈무브먼트퍼포먼스’에 가깝다.2시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가 시종 집중감을 잃지 않은 것은 안무자가 설정한 세 가지의 큰 틀- 다양한 캐릭터와 음악, 무대미술-이 치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는 맘이, 화려한 의상의 섹시한 기상 캐스터, 눈이 먼 사람, 수호천사 등 다국적 무용수들에 의한 다양한 인물 설정과 역할 배분, 연주가와 성악가들이 라이브로 빚어내는 중세풍의 아름다운 선율(감미로운 음악은 무대 위에서의 폭력성과 추함 등과 대비되어 안무가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 높은 벽 한쪽 면에 만든 세 개의 창을 통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분할 하고 다양한 장면 변화를 이끌어내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아이디어 등 안무자의 치밀한 계산은 하나의 주제를 충격요법으로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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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탄츠플랫폼에서 본 Antonia Baehr의
DV8 피지컬 씨어터의